"마음이 힘든 날 '그래도 힘내야지' 하고 스스로를 다그치지 마세요. 그럴 땐 '오늘 뭘 먹으면 속이 편할까' 하고 몸의 신호를 먼저 살피는 게 좋습니다. 마음을 회복시키는 길이 꼭 마음속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에서 만난 '몸이 마음을 만든다' 저자 윤대현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최근 진료실을 찾는 직장인들 증상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가 많았다면, 요즘에는 "불안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만사가 귀찮다"고 말하는 환자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윤 교수는 이를 단순한 기분 저하가 아니라 과도한 불안이 행동할 에너지를 떨어뜨리고 결국 무기력으로 이어지는 현상으로 해석했다.
◆ 과잉 불안이 무기력 불러
그는 "불안 자체는 병이 아니다"고 했다. 불안은 위험을 예측하고 대비하게 하는 일종의 리스크 관리 기능을 한다. 문제는 불안이 과잉으로 치달을 때다. 불안이 커지면 사람은 쉽게 '반추'에 빠진다. 걱정과 후회, 부정적인 생각을 머릿속에서 반복해 되씹는 상태다. 쉬면서도 일 걱정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도 내일 일을 떠올리며 마음이 계속 긴장 상태에 머무는 식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35년 가까이 환자들을 만나온 윤 교수는 마음의 문제가 몸의 대사와 결코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체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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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가 몸으로 나타나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대표적인 통로 중 하나가 소화불량이다. 윤 교수는 소화불량 환자 중 내과 검사에서는 큰 이상이 없고 약도 잘 듣지 않지만 정신건강의학적 처방을 했을 때 증상이 호전되는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 장이 편해야 마음도 편하다
장과 뇌의 연결, 이른바 장·뇌 축 연구가 축적되면서 의학계에서 장은 단순히 음식을 소화하는 기관을 넘어 신경계와 면역 반응이 함께 작동하는 복잡한 시스템으로 이해되고 있다. 장이 리듬 있게 움직이고 필요한 영양소를 흡수하며 불필요한 염증 반응을 줄여야 마음도 안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우리는 마음이 힘들 때 자꾸 생각부터 바꾸려고 한다"며 "생각을 다루는 일도 중요하지만 어떤 날은 사고방식을 바꾸기 전에 。심 메뉴를 바꾸는 것이 더 빠른 해결책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속이 시끄럽고 마음이 가라앉지 않을 때는 미역국 한 그릇으로 속을 편안하게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인 마음 관리법이 될 수 있다. 무기력하고 에너지가 바닥난 날에는 든든한 곰탕 한 그릇으로 단백질과 따뜻한 국물을 보충하는 것이 에너지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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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부하 걸린 직장인의 뇌
윤 교수는 요즘 직장인들의 불안이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봤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난 후 충분히 회복할 시간을 갖지 못한 채 경제와 산업, 기술 환경이 갑자기 바뀌었고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면서 정보 처리와 의사결정의 압박도 커졌다는 것이다. 그는 뇌가 과부하에 걸려 집중력과 감정 조절, 판단력이 함께 흔들리는 상태를 '브레인 프라이(brain fry)'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말 그대로 뇌가 튀겨지고 있는 듯한 상태다.
◆ 불안 없애려 말고 받아들여야
문제는 불안 완화를 목표로 삼는 순간 또 다른 반추가 시작된다는 。이다. 왜 적정 불안을 유지하지 못하는지 자책하면 스트레스는 더 커진다. 윤 교수는 '적정 불안'이라는 이상적 상태를 붙잡기보다 불안의 진폭을 줄이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말한다. 기분은 날씨처럼, 밀물과 썰물처럼 오르내린다. 혈당이 오르내리듯 마음도 출렁인다. 중요한 것은 출렁임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폭을 줄이는 일이다.
이를 위해 윤 교수는 '감정 수용'을 강조했다. 부정적 감정을 억지로 긍정적으로 바꾸려 하지 말고 힘든 상황에서 힘든 것이 당연하다고 인정해주는 것이다. 그는 수용을 수영에 비유했다. 물 위에 뜨려면 몸에 힘을 빼야 하듯 마음도 내려놓아야 비로소 떠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요즘에는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