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유치원 교사들의 과도한 행정·기록 업무와 돌봄 업무 전가, 교권 침해 우려 등 열악한 근무 실태를 폭로하며 교육재정 정상화와 현장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번 기자회견은 전교조가 지난 7월 20일부터 27일까지 전국 공·사립 유치원 교사 2238명(공립 2236명·사립 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 전국 유치원 교사 교권·행정 및 복무 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마련됐다. 전교조는 조사 결과를 통해 유치원 현장의 교육여건이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다며 교육당국의 근본적인 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립유치원 교사들은 ▲과도한 문서·사진 업무 ▲악성 민원 집중 대응 ▲행정 및 돌봄 업무 전가 ▲보건·가족돌봄휴가 사용 어려움 등 이른바 '사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록·문서화 및 모바일 알림장 운영 실태와 관련해서는 교사의 73.2%가 '놀이이야기' 문서 작성에, 40.5%가 모바일 사진 전송에 대해 강제 또는 정량적 압박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로 인해 37.2%는 수업 준비 시간이 부족해졌다고 답했으며, 30.9%는 사진 촬영 등으로 인해 아이들에게서 눈을 떼게 돼 유아 안전지도에 공백이 발생한다고 호소했다.
민원 대응과 교권보호위원회 운영 실태 조사에서는 악성 민원이 발생했을 때 '교사 개인이 직접 대응했다'는 응답이 39.1%, '기관이 소극적으로 무마를 요구했다'는 응답이 21.0%로 나타났다. 민원을 경험한 교사 중 60.1%가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했다고 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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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교권 침해를 겪고도 보복 우려나 조직 분위기 때문에 교권보호위원회 신청을 포기한 교사가 42.2%에 달했고, 48.3%는 아동학대 오인 가능성 때문에 교육 및 생활지도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응답했다.
행정 및 방과후·돌봄 업무와 관련해서는 교사의 95.1%가 회계·일반 행정 업무 전가나 인력 부족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방과후·돌봄 과정에서도 67.8%가 과도한 업무 부담을 느끼고 있었으며, 64.8%는 초등학교의 늘봄실장제처럼 유치원에도 '방과후·돌봄 실장 제도'를 도입해 담임교사와 업무를 분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복무 실태 조사에서는 최근 1년간 보건휴가와 가족돌봄휴가를 단 하루도 사용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52.6%에 달했다. 주요 원인으로는 '대체교사 구인 어려움'(31.5%)과 '관리자의 눈치 주기'(25.6%)가 꼽혔다. 교사의 70.1%는 실질적인 휴가 보장을 위해 '유치원 상근 보결교사 인력풀' 확대가 시급하다고 응답했다.
박혜자 전교조 서울지부 유아교육지회장은 "지금 교사들은 놀이를 관찰하기보다 학부모 전송용 사진을 찍고, 배움을 설계하기보다 서류 양식을 채우며, 보여주기식 결과물을 만드느라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며 "이 피해는 결국 아이들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그럼면서 "사진 촬영과 서류 작업으로 유아 안전지도에 심각한 공백이 생기는 만큼 보여주기식 기록 관행을 즉각 멈춰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지혜 전교조 광주지부 유아교육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부천 유치원 교사 사건과 세종 지역 아동학대 고소 사례를 언급하며, "유치원 교사들은 민원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매일 등원하는 아이들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캔하고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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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넘어져 다쳐도, 친구와 다투기만 해도 모든 책임과 사과는 교사의 몫"이라며 "유치원 교사들이 마음 놓고 가르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조속히 마련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창아 전교조 세종지부 유아교육위원회 위원장은 "교사는 교육을 담당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방학 중 강사 인건비 처리, 간식 관리, 네트워크 교체 등 각종 행정·돌봄 업무에 치여 교육이 마비된 상황"이라며 방과후·돌봄 인력 체계 개편을 요구했다.
허지영 전교조 제주지부 유아교육위원회 위원장은 "1학급 1담임 구조에서는 화장실조차 제때 가기 어렵고, 대체교사를 구하기 힘들어 아파도 휴가 신청을 망설이게 된다"며 "선생님도 아플 수 있다. 아파서 쉬어야 할 때, 법적으로 보장되는 휴가를 받고자 할 때 제대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유치원마다 상근 보결교사가 배치되거나 교육지원청 상근 보결 교사 제도가 이제는 자리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영환 전교조 위원장은 "유보통합 정책으로 확대된 예산이 공립유치원 확충과 현장 처우 개선에 충분히 사용되지 않고 있다"며 "공립유치원이 바로 서야 유아교육이 튼튼해지는 만큼 교육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즉각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교조는 기자회견을 통해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 ▲불필요한 사진 전송 및 기록 의무화 관행 개선 ▲악성 민원 독박 방지와 교권보호위원회 실효성 강화 ▲유치원 방과후·돌봄 인력 체계 개편 ▲상근 보결교사 인력풀 확대 ▲지방재정교부금의 공립유치원 우선 투입과 유아교육 재정 지원 시 공공성 담보 조건 강화 등 5대 요구안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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