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대 생활용수 공급 [부산 부산진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6일 땡볕이 내리쬐는 부산 부산진구 백양산 자락의 부암3동 신선마을.
비탈진 길을 한참 올라가야 닿는 마을 안쪽 고지대에는 주민 6가구가 남아 있었다.
이곳 주민 김모(50대)씨는 최근 며칠간 겪은 물 부족 상황을 떠올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은 이들에게 단순히 견디기 힘든 더위가 아니라 일상 전체를 마비시키는 생존의 위기가 됐다.
주민들이 수십 년간 생명수처럼 의지해 온 깊이 20m의 마을 공동우물이 지난 3일부터 바닥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김씨는 "수십 년간 모터만 돌리면 콸콸 올라오던 물인데, 스위치를 올려도 옥상 물탱크로 물이 한 방울도 안 올라왔다"면서 "마을에 살면서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머릿속이 까마득해졌다"고 말했다.
평소 우물에는 절반가량 물이 차 있어, 주민들은 모터로 물을 끌어올려 각 집 옥상 물탱크에 채운 뒤 씻고 빨래하는 생활용수로 요긴하게 사용해 왔다.
이 마을에서 초등학생 때부터 55년을 살아온 박모(66) 씨는 공동우물이 마른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박씨는 "11살 때 이사 온 이후 아무리 혹독한 더위나 가뭄이 찾아와도 이 우물이 마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땅속 전체가 바싹 타들어 갔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고지대 생활용수 공급 [부산 부산진소방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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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곳에는 60∼80대 어르신들을 중심으로 6가구만이 외롭게 마을을 지키고 있다.
과거 마을 진입로의 사유지 통과 문제로 토지 소유자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서 끝내 수돗물이 들어오지 못했고, 결국 주민들은 오랜 세월 우물물에 의존해 살아야 했다.
공동우물이 마르면서 각 가정의 옥상 물탱크도 바닥을 드러냈다. 밥을 짓기는커녕 화장실 사용조차 어려운 상황에 이르자 주민들은 지난 4일 지자체에 긴급히 도움을 요청했다.
상수도 없는 마을, 폭염에 물 부족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3일 부산 북구 사기마을에서 한 주민이 물탱크에 남은 물의 양을 살펴보고 있다. 상수도가 공급되지 않아 산에서 내려오는 하천에 의존해 생활하는 이 마을 주민 50여명은 최근 가뭄으로 물 부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6.8.3
주민들의 요청을 받은 구청과 부산진소방서 대원들은 즉시 현장으로 출동했지만, 마을에 도착한 뒤 또 다른 난관에 부딪혔다.
마을로 올라가는 진입로 폭이 워낙 좁고 경사가 가팔라 물을 가득 실은 대형 소방 급수차가 물탱크 근처까지 전혀 접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소방 당국은 결국 언덕길 아래 약 250m 떨어진 소화전 인근에 급수차를 세운 뒤, 수십㎏에 달하는 소방호스 여러 개를 연결해 고지대 마을까지 이어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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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들은 뙤약볕 아래에서 호스를 하나씩 끌어올리며 물 공급 작업을 진행했다.
소방관들과 구청 공무원들은 폭염 속에서 비 오듯 땀을 흘리며 사투를 벌인 끝에야 고지대까지 생활용수 20t을 공급할 수 있었다.
위기를 넘긴 이곳에 온정의 손길과 지원은 이어졌다.
주민들이 당장 마실 생수 보급품이 각 가정으로 속속 배달되었고,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들도 직접 현장을 찾아 주민들의 물 사용 상황을 살핀 것으로 전해졌다.
말라버린 금샘 [금정산국립공원사무소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폭염과 가뭄으로 급수난을 겪는 부산의 산동네는 이곳뿐만이 아니다.
부산 북구 만덕동 사기마을에도 비상이 걸렸다.
50여 명이 사는 이 마을은 상수도 시설이 없어 그동안 산에서 내려오는 하천물을 모아 생활용수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최근 마른장마와 폭염이 이어지면서 하천이 말라 물을 구하기 어려워졌다.
북구는 사기마을에 500㎖ 생수 860병을 긴급 지원했다. 북부소방서도 이미 생활용수 12t을 공급한 데 이어 추가로 30t을 지원할 예정이다.
지독한 가뭄의 여파는 부산의 명산인 금정산에서도 확인됐다.
국립공원공단 금정산국립공원사무소에 따르면, 고당봉 인근의 명물이자 '마르지 않는 샘'이라는 유래를 가진 '금샘'마저 최근 바닥을 드러냈다.
금정산보존회 관계자는 "금샘은 가뭄 때면 자주 마르기는 해서 이례적은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이번처럼 민가의 일상생활까지 위협받는 극심한 폭염의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이 20m의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