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6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EC룸에서 열린 제57차 통상추진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산업통상부]
이재명 대통령이 여한구 전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차관급)을 직권면직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감한 한·미 통상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대외 협상 때는 장관 대접을 받는 실무 총책임자의 전격 경질이 이례적인 까닭이다.
16일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청와대는 전날 0시를 기해 효력이 발생한 여 전 본부장의 면직 사실을 지난 14일 오후 산업부에 통보했다고 한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극소수만 사전에 인지했을 정도로 전격 결정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언론에 면직 사실을 알리면서도 교체 사유에 관해선 “인사 사안에 대해서는 확인이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여 전 본부장의 교체를 두고 관가에선 “극히 이례적”이란 말이 나온다. 여 전 본부장이 지난해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카운터파트를 맡는 등 대미 통상 현안을 총괄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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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현재도 무역법 301조와 쿠팡 이슈, 대미 투자 프로젝트 등 미국과는 민감한 통상 현안이 수두룩하다.
의혹이 증폭되자 정부 고위관계자는 “한·미 관세 협상과는 무관하다”며 개인적 사안이 경질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러자 여 전 본부장 측은 자신을 향한 비위 의혹이 지라시 형태 등으로 떠돌자 “실제 사실과 명백히 다르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 전 본부장의 정확한 교체 사유가 베일에 가려져 있는 가운데, 여권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지난 11일 국무회의 발언을 주목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당시 “대다수 공직자는 열심히 일하고 충직하게 국민을 위해서 봉사를 하는데, 그 중에 일부는 주어진 권한을 악용해서 사적 이익을 추구하나 해야 될 일을 또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아주 극히 일부에 해당되지만, 무책임하거나 무능하거나 부조리 부정부패 행위를 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엄정한 문책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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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에서 차관급 공직자의 ‘원스트라이크 아웃’ 직권면직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강형석 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임명 6개월도 지나지 않은 지난해 12월 부당한 권한을 행사한 혐의로 감찰 조사 후 직권면직 됐고, 김인호 전 산림청장은 취임 6개월여 만인 지난 2월 음주운전 사고로 직권면직 처분을 받았다. 김승룡 전 소방청장의 경우 지난 3월 이 대통령 지시로 감찰을 받았으나, 외유성 해외 출장 의혹 등을 대부분 소명한 뒤 스스로 의원면직을 통해 청장직에서 물러났다. 다만 청와대는 여 전 본부장에 대해선 감찰 여부도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통상교섭본부장은 차관급 정무직 공무원이지만, 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선 장관급 대우를 받는 중책이다. 당장 11월 미국 중간 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미 투자 압박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여 전 본부장이 급작스럽게 물러나면서 한국의 기민한 대응이 힘들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대해 여권 고위관계자는 “대미 투자 협상은 그동안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주로 끌고 가는 이슈였다”며 “파고가 높아지는 타이밍이지만, 긴밀히 소통하면서 대응 중”이라고 밝혔다.
미 관세 협상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