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현대사에서 일제 강.기는 그야말로 치욕의 역사로 기억되고 있다. 나라를 잃고 식민 통치하에서 굴욕적인 삶을 살아야 했던 이들에게, 일본의 항복으로 끝난 해방은 새로운 시대를 열어주는 계기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시 남북으로 분단되고, 그 상황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남과 북으로 갈려 서로 다른 이념으로 대결 구도를 형성하고 있고, 이제는 '지구상의 하나 남은 분단국'이란 불명예스러운 호칭을 지니고 있다. 해방이 된 지 80여 년이 지났지만, 일제 강。기의 친일 행적을 보인 인사들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일부 이뤄진 바 있지만, 상당 부분은 여전히 미완의 상태로 남아 있다.
해방공간의 역사
▲ 책 <조선을 떠나며>
ⓒ 역사비평사
지금의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기 위해서는, 해방으로부터 한국전쟁까지의 이른바 '해방공간'의 역사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동안 이 시기의 남과 북에서 진행되었던 정치경제적 상황에 대한 연구는 충분히 이뤄져 있으며, 해외에 있던 이들의 귀환 과정 역시 적잖게 진행되었다. 최근 이산(離散)으로 번역되는 '디아스포라(diaspora)'라는 용어로 재외동포들의 문학과 역사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그동안 한반도의 문제에 집중되어 있던 시각을 보다 열린 관。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모바일 인터넷 바다이야기
.
이 책은 특이하게도 일본의 항복 선언으로 종전에 '해방공간'에 한반도에 남아 있던 일본인들에 대해 탐구한 기록이다. 현재의 일본 우익들의 편향된 인식이 어디에서 출발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해방정국에서 당시 한반도에 남은 일본인들에 대한 인식이 좋지 못했을 것이란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당시 한반도에 살던 일본인들 역시 매우 다양한 층위를 구성하고 있었다. 해방 이후에 한반도에 남아 적대적인 한국인들의 시선 속에서 지내야 했던 이들에게, 한반도에서의 당시 생활은 때로는 공포와 고통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대부분 일본 쪽의 자료를 토대로 진행된 연구이니만큼, 남아 있는 기록들은 대체로 일본인의 시각에 의해 치우쳐 있을 수밖에 없다.
또 한반도에서 기득권을 누리던 이들과 평범한 일본인들의 처지는 크게 달랐다. 특히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일본인들의 처지는 본토인들과도 달랐다. 우여곡절 끝에 일본으로 귀환했지만, 패전국이었던 일본의 상황이 그들을 제대로 품어주지 못해서 어려움도 겪었다.
물론 당시 일본인들의 귀향을 이용해서 경제적 이득을 취했던 한국인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미군정의 미온적인 정책으로 친일파들에 대한 정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황금성9
해방 정국에서 오히려 일본인들과 친일파들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오히려 그릇된 역사에 대한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오늘날 '반일종족주의' 운운하는 '신친일파'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단지 지나간 역사라고 치부하기에는 우리에게 남겨진 정신적 상처는 너무 깊고도 크다.
이 책에는 '1945년 패전을 맞은 일본인들의 최후'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그리고 전체 6장에 걸쳐 시간적 순서에 따라 꼼꼼히 당시 상황을 재현한 내용을 통해서, 우리가 잊고 있었던 당시의 역사를 기록한다. 이 책의 주요 내용들은 다양한 이들의 증언으로 엮어졌는데, 당시 총독부의 관료들로부터 일선에서 조선인들을 상대했던 경찰 그리고 경제적 이권을 마음껏 누렸던 상인들을 비롯하여 조선에서 태어난 일본인들에 이르기까지 각 개인이 마주쳤던 여러 상황이 소개되어 있다.
이들이 맞았던 1945년 패전 당시의 상황은 어떠했을지, 일제 강.기에 이들이 남긴 폐해는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리고 일본으로의 귀환 과정과 본국에서 어떤 처우를 받았는지 등에 대해 짚어볼 수 있다. 아울러 이 책의 저술 과정에서 주로 일본 쪽의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저자는 비교적 객관적 시각을 유지하면서 당시의 상황을 재구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에서 해방 이후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보조 자료로서, 이 책이 지니는 가치는 적지 않다고 평가할 수 있다.
했던 이들에게, 일